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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5 - [Books] - 프로덕트 매니저 원칙 "서비스를 뜯어보며 성장하자"
원칙 : 더 나은 프로덕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고민이 될 때, 풀려는 고객 문제와 핵심 원인에 집중해야 한다.
이때 행동, 이론, 규칙이나 법칙의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 행동 : 더 나은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행동
- 이론 : 제품 개선 순환 과정 (Product Iteration Cycle, PIC) 프레임 워크
- 규칙이나 법칙(원칙) : PIC 과정의 모든 단계에서 고민이 될 대는 풀려는 고객 문제와 핵심 원인에 집중하라.
왜 그래야만 할까요? 좋은 프로덕트는 필수적이고 본질적인 고객 문제를 잘 해결해줘서, 고객이 만족하고 너무 만족해서, 돈을 내서라도 계속 쓰고 싶은 프로덕트이기 때문입니다. 근데, 풀려는 필수적이고 본질적인 고객 문제와 핵심 원인을 놓쳐서 고객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면, 아무리 많은 자원을 투자해도 고객은 만족하지 못하고 돈도 못 벌게 됩니다. 왜 그런지 고객을 만족시키면서 돈을 많이 버는 과정을 들어보겠습니다.
- 프로덕트가 고객 문제를 해결해줍니다.
- 고객들은 본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로덕트를 계속 씁니다.
- 고객들은 계속 쓰는 데 필요하다면 기쁜 마음으로 돈을 지불합니다.
- 사업은 돈을 벌고 번 돈을 고객 문제를 더 잘 해결하고 더 많은 고객 문제를 푸는데 재투자합니다.
- 1~4과정이 무한 반복되며 고객과 사업의 가치 창출의 선순환이 만들어집니다.
1번 과정에 대해서 프로덕트 직무에 종사하는 분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습니다.
"Solve the right problem, the right way 본질적인 문제를 풀어라, 알맞은 방법으로 "
여기서 'right problem'은 부수적이거나 피상적인 고객 문제가 아닌, 필수적이고 본질적인 고객 문제를 말하는 겁니다. 'right problem'을 찾는 일도 명확히 정의를 내리는 일도 너무나도 어렵습니다. 생각보다 방해 요소가 많고 그렇다고 고객이 바로 정답을 알려주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근데 아무리 어려워도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그걸 찾지 못하면 그 뒤에 노력은 모두 물거품이 됩니다.
- 1번이 달성되더라도 3번에서 막혀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필수적이고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면 고객은 소중한 돈을 기쁜 마음으로 지불하지 않습니다.
- 2번에서 막힐 수도 있습니다. 필수적이고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면 고객은 소중한 시간을 내서 프로덕트를 쓰지 않기 때문이죠.
- 심지어 3번 단계에 다다르더라도 같은 문제를 풀려고 하는 경쟁사들도 부단히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4번을 위해서 멈추지 않고 계속 새로운 고객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해야 합니다.
'right problem'을 찾았다고 끝이 아닙니다. 'right way', 즉 '알맞은 방법'으로 'Solve'(해결) 해야 합니다. 즉,'right problem'을 해결하는 데 필수적인 원인들을 파악하고, 고객이 만족할 수준의 솔루션을 프로덕트를 통해 제공해야 합니다. 근데 이것 역시 너무나도 어렵습니다. 다음 이유들 때문입니다.
- 문제에 대한 원인이 수없이 많고 그중 어떤 것이 문제 해결에 부수적이고 어떤 것이 필수적인지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 모든 원인을 한 번에 해결할 자원도 없습니다.
- 심지어 첫 시도에 그 원인들이 해결된다는 보장도 없고 그런 경우도 흔치 않습니다.
다행히 풀려는 고객 문제와 원인에 집중하는 원칙을 잘 지켜서 "Solve the right problem, the right way" 를 잘 해낸다면 그 뒤에는 폭발적인 고객 유입과 탄탄한 유지율 과 기하급수적인 매출의 성장을 맛볼 수 있습니다. 고객을 만족시키면서 돈을 많이 버는 1번 단계를 잘 완수했기 때문이죠.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고객과 사업에게 모두 큰 가치를 가져다주는 데 핵심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순간입니다.
아쉽게도 저는 제 책임을 다 해본 경험이 많지 않습니다. 제가 처음 프로덕트 매니지먼트 직무를 경험하기 시작한 2016년으로 돌아가 나 자신에게 더 나은 프로덕트를 만드는 비법을 말해줄 수 있다면 "고민되는 순간을 맞이할 때마다, 해결하려는 고객 문제의 본질과 그에 맞는 해결 방법을 되짚어봐" 라고 할 겁니다.
그 이유는 고민이 될 때 고객 문제에 대한 생각을 멀리하고, 본질에서 벗어난 고민들에 시간을 허비하며 안 좋은 판단을 내린 경험들 때문입니다. 그 결과 더 좋은 프로덕트를 만들어낼 기회를 수 없이도 놓쳤기 때문이죠. 원인은 바로 고객 문제와 핵심 원인에 집중하지 못하고 결정들을 내린 제게 있었습니다.
미션 : "화장품 제품군의 매출을 획기적으로 성장시켜라."
쿠팡 제품 조직에 근무할 때 화장품 제품군의 매출을 획기적으로 성장시키는 미션을 부여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이제부터 이 미션을 수행한 과정을 '제품 개선 순환 과정'에 맞춰 따라가면서 어떤 실수가 있었는지 반면교사로 삼아 원칙의 중요성을 설명해보겠습니다.
제품 개선 순환 과정
우선 제 원칙을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할 장치로써 한 가지 개념을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바로 제품 개선 순환 과정 Product iteration Cycle(이하 'PIC') 이라는 프레임 워크 입니다. PIC 는 고객이 쓰고 싶은 제품일 확률을 높히는 과정입니다. 즉, 필수적이고 본질적인 고객 문제를 잘 해결해줘서, 고객이 만족하고 너무 만족해서, 돈을 내서라도 계속 쓰고 싶은 프로덕트를 만들어낼 확률을 높이는 프레임워크인 겁니다. 더 나은 제품을 만드는 역할과 책임을 가진 PM 으로서 이 과정은 일상의 대부분이라고 볼 수 있죠. 이 프레임워크의 탄생 배경은 콜린 머레이의 논문에 있습니다. 저자는 어떻게 제품 개발 과정이 선형적 과정에서 순환하는 사이클로 발전하게 되었는지 연구했습니다. 논문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가 수많은 시장 조사와 사용자 조사를 수행했음에도 개발 과정에서 초기 제품 스펙의 30%를 수정하고, 개발 완료 후에 기능의 20~25% 가 사용자에게 외면받아 버려진다고 합니다. 왜 이런 불상사가 일어났을까요?
과거 IT붐이 있었던 80~90년대에는 수개월 또는 수년을 걸쳐서 작성한 수백 장의 제품 기획서에 기반해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출시했습니다. 신중한 시장과 사용자 니즈 분석을 통해 엄청난 개발 리소스를 투입해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어 출시하는 데 집중했죠.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시장과 사용자에게 외면받는 실패 상품들이 생기자 초기 개발 리소스 투자 리스크에 대한 더 냉정한 평가가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과 PIC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통해서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이라는 제품 개발 방식이 탄생했습니다. 좋은 프로덕트, 즉 사용자가 좋아서 쓰게 되는 제품을 만들어낼 확률은 우리 생각보다 낮다는 깨달음이 있었고 결국 사용자가 써보기 전에는 우리 가설이 맞는지 알 수 없다는 배움의 바탕이 되었죠.이 방식을 채택한 조직들은 겸손한 자세를 기반으로 과한 초기 개발 리소스를 투자해서 사용자 피드백을 얻는 데 집중하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제품의 형태를 MVP(minimal viable product) 라고 부릅니다. MVP를 만들어 사용자의 피드백을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개선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고 피드백을 받습니다. 이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진정으로 사용자 니즈/문제 를 충족하고 해결하는 제품을 구현하는 데 가까워 지는 순환 과정을 밟는 거죠. 이를 통해 PIC라는 프레임 워크가 탄생하게 되었고, 우리가 알고 있는 유수의 빅테크 회사들은 대부분 PIC를 제품 개선 프로세스의 뼈대로 삼고 있습니다.
PIC의 단계와 단계별로 하게 되는 핵심 고민
기회 포착 | 가설 수립 | 실행 | 가설 검증 | |||||||
목적 | "고객은 이런 니즈가 있는데 불만족한다. 이 문제가 가장 시급하고 해결하면 사업 목표 달성 할 수 있다." | "가장 시급한 고객 문제의 핵심 원인은 이렇다. 이렇게 풀면 해결되고 기대 효과가 날 것이다." | "핵심 원인과 더불어 제한된 시간과 리소스를 고려해서, 이런 요건을 갖추어 1차 가설을 검증하자." | "고객 문제가 해결/해결되지 않았고 목표가 달성/달성되지 않았다. 이유는 이러하니 다음엔 저렇게 해보자." | ||||||
고민 | 어떤 문제가 가장 임팩트가 클까? | 이 문제의 핵심 원인은 무엇일까? | 어떤 기능이 문제해결에 필수일까? | 문제가 왜 풀렸나? 왜? 목표가 달성 되었나? 왜? |
PIC는 그림과 같이 4단계로 나눠서 고민을 합니다. 단계별 고민의 해답을 얻어내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수많은 선택의 기로를 맞이하고, 어떤 선택지가 더 나은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습니다. 현실에서는 여유롭게 판단할 시간도 충분한 정보도 주어지지 않죠. 고민할 만큼 가치가 있는 고민인지, 판단을 내리기에 충분한 정보를 확보하고 소화했는지, 그리고 어떤 기준으로 판단을 내려야 할지 매번 모호하기만 합니다. 그럴때마다 우리가 풀려는 고객 문제가 필수적이고 본질적인지, 고객 문제의 핵심 원인이 내가 생각한 게 맞는지 되짚어봐야 합니다. 그러면 항상 북을 가리키는 나침반처럼 짙은 안개가 걷히고 명확히 가야 할 방향이 보입니다. 이제부터 "화장품 제품군의 매출을 획기적으로 성장시켜라" 라는 미션을 수행하면서 제가 어떤 후회되는 판단들을 했는지 PIC4 단계를 따라가며 본격적으로 소개하겠습니다. 변명이 될 수 없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왜 후회되는 판단을 하게 되었는지 배경도 함께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함정이 항상 도사리지만 이 원칙을 잘 지켜 어떻게 피할 수 있는지도 함께 말씀드리겠습니다.
PIC 1단계 : 기회 포착
기획 포착(Discovery) 단계에서는 "고객에게 이런 니즈가 있는데 불만족스러워 한다. 이 문제가 가장 시급하고 만족시켜(해결해)주면 사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라는 말을 확신을 가지고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어떤 고객 문제를 풀면 목표가 달성될지 고민해야 합니다.
"화장품 제품군의 매출을 획기적으로 성장시켜라" 라는 미션을 부여받아 실행한 1단계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전에, 당시 회사의 상황과 제품에서 돕고자 했던 사업 목표, 전략, 전술과 방향성을 설명해보겠습니다. 때는 뉴욕 증권 거래소에 쿠팡 주식이 최초로 거래되기 시작한 2021년 3월11일이었습니다. 계산된 적자를 감수하며 폭발적인 매출 성장을 목표로 달리던 사업 목표는 수익성 제고로 초점이 옮겨가고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새로 전사에 선포된 사업 목표와 전략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사업 목표 : 매출과 수익 두마리 토끼를 잡는다.
전략 : 매출 성장 가능성과 수익성 높은 뷰티 카테고리 매출 증대
전술 : 고가 브랜드 화장품 셀력션 매입, 판촉, 할인
쿠팡 조직 규모상 여러 사업실과 팀이 존재하고 이 전략은 사업 목표 달성을 위한 여러 전략 중 하나였습니다. 여러 사업 조직이 각자 사업 목표 달성을 가능하게 할 사업 전략을 세워서 리더에게 전달하면, 가장 타당하다고 평가되면서 제품 조직 지원이 필요하거나 시너지가 날 전략에 제품팀들이 붙는 식입니다. 제가 리딩하는 팀이 할당받은 미션은 매출 성장 가능성과 수익성 높은 뷰티 카테고리 매출 증대었습니다.
오판
제품 전략을 짜기 위해서는 먼저 사업 전략과 전술을 이해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제가 이해한 사업 조직에서 목표 달성을 위해 위 전략을 채택한 주요 근거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 수익성이 좋다.
: 제품 부피가 작아 창고와 배송 비용이 낮고, 공산품에 가까워 유통기한이 길어 폐기율도 낮고 소모품이라 구매 빈도와 묶음 구매율이 높다. - 매출 성장 잠재력이 크다.
: 국내 화장품 시장 규모가 크고, 온라인 침투율은 높지 않지만 빠르게 늘고 있고, 경쟁사 대비 쿠팡의 시장 점유율이 낮다. - 고가 브랜드 매출 점유율이 특히 낮다
:점유율이 낮고, 판매 브랜드도 적고, 품목도 적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제품군 특성상 화장품이 수익률은 높은데 경쟁사에서 팔리는 만큼 쿠팡에서는 안 팔리고 있고 특히 고가 브랜드 세그먼트가 그렇다"는 겁니다. 톱다운으로 내려온 제품 전략과 로드맵이 있는 게 아니라면 PM은 사업 목표와 전략을 이해하고 정렬된 제품 전략과 전술을 짜게 됩니다. 저는 기획 포착 단계에서 고객 문제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쿠팡에서 판매하는 화장품을 사려고 할 때, 고객이 품질에 만족할지 확신이 없는 게 가장 시급한 문제고, 제품 내 탐색/구매 여정에서 제품에 대한 정보 비대칭이 그 핵심 원인이다." 이에 따라 당시 제가 리딩했던 팀의 최초 전략과 구사한 전술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제품 목표 : 뷰티 카테고리 매출 증대
전략 : 제품 품질 신뢰도 개선을 통한 탐색 / 구매 퍼널 효율 개선
전술 : 제품 정보 비대칭 해소
함정
쿠팡의 화장품 카테고리 매출의 성장이 더딘 필수적이고 본질적인 고객 문제는 고객이 원하는 고가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와 품목이 쿠팡에 없기때문이었습니다. 왜 이런 어이없는 오판이 제재 없이 받아들여졌을까요? 함정 요인은 크게 2가지 였습니다.
- 부서간 장벽과 충돌하는 이해관계로 인해서
- 사업 조직은 가장 시급한 고객 문제의 실마리를 들고 있지만 제품 조직은 체감할 만큼 고객 문제와 핵심 원인에 대해서 충분한 공유 받지 못했고
- 사업 조직은 사업/마케팅 활동(제품 매입, 판촉, 할인)으로 충분히 목표가 달성될지도 모르는데 해보기도 전에 제품 조직의 협조를 요구하기 쉽지 않고
- 제품과 사업 조직은 선호하는 KPI가 다르기 때문에 각자 선호하는 KPI에 맞는 고객 문제를 해결하는 전략을 수립하는 경향이 있다. - 제품도 나름 그럴싸한 고객 문제와 원인을 발굴해서 들고오다 보니
- 사업 조직은 나름 설득되서 제품 조직의 제안을 꺾을 만큼 크게 이견을 가지지 않게 되고
- 제품 조직은 전략 수립 기한이 있다 보니 시간 내 발견된 문제 중 하나에 타협하고
- 제품 조직은 케이스를 만든 주체로서 터널 시야 현상에 빠져 이미 정의 내린 고객 문제와 핵심 원인에 이견을 가질 만큼 자기 객관화가 어렵다.
회사 규모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정말 얼리 스테이지 (early-stage)가 아닌 이상 회사는 일정한 주기로 사업과 제품 등 핵심 조직들의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고 회고합니다. 즉 이 고민을 마무리하고 실행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 기한이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회사마다 다르지만 보통 사업 조직과 제품 조직은 아무리 끈끈하다고 해도 엄연히 조직 구조상 구분이 되어 있습니다. 범 조직 TF 구성 등의 방법으로 협업을 독려해도, 동상이몽까지는 아니어도 각자 목표 설정과 달성 계획을 따로 고민하고 준비하는 시기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 앞서 언급한 함정이 강하게 작용합니다. 각 함정을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사일로된 조직구조와 충돌하는 이해관계
사업 조직은 이미 'right problem'에 대한 실마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 이미 존재하는 화장품 시장과 규모 내에서
-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매출 규모 중 쿠팡의 점유율은 뒤떨어진 상태였는데
- 특히 고가 브랜드 매출 점유율이 작았고 그 원인은 선호하는 브랜드가 없고
- 있더라도 좋아하는 품목이 없다.
사업 조직은 이미 시장 조사와 쿠팡 내 고객 구매 데이터를 통해
- 고객은 쿠팡에서 주로 로션/스킨 같은 보습/기초 화장 제품군을 구매한다는 사실과
- 쿠팡은 색조화장 제품군이 없을 거라는 인식과
- 실제로 있기는 하지만 한국 화장품 시장 점유율의 상위에 포진해 있는 주요 메이크업 브랜드의 품목이 실제로 별로 없다.
는 사실에 기인한다고 추정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실마리들은 탐색 여정에 대한 제품 사용성 테스트나, 퍼널 분석이나, 심층 인터뷰로는 발견하기 쉽지 않습니다. 더 넓은 시야로 시장 현황 Market landscape 레벨에서 사용자 니즈와 문제를 고민해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전사적인 관점에서 각 기능 조직이 다함께 모여 고객 문제를 고민해야 발견될 확률이 높아지는 겁니다. 고객이 너무나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풀리지 않아 괴로워하는 필수적이고 본질적인 문제인지는 모두 각자의 관점을 기여하고 복합적으로 생각하고 고민해야 발견됩니다. 근데 이게 쉽지 않습니다. 제품 조직도 나름 그럴싸한 고객 문제를 들고오기 때문입니다.
제품 조직 나름 그럴싸한 고객 문제와 원인 발굴
제품 조직에서 목표 달성을 위해 앞에서와 같은 잘못된 전략을 채택한 주요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 찾는 고객이 꽤 많다.
A. 화장품 검색 키워드 트래픽이 타 카테고리에 준하고
B. 화장품 제품 상세페이지 트래픽 역시 밀리지 않으며
C. 구매 고유고객 역시 큰 차이 없다. - 비교할 만한 침구류나 캐주얼 의류에 비해 퍼널 효율이 낮다.
a. 제품 상세 진입 대비 결제나 장바구니 전환율이 낮으며 장바구니 포기율이 높고
b. 리뷰 탐색율과 리뷰 탐색 시간이 상대적으로 낮은데
c. 제품 상세페이지 탐독율은 비슷하다. - 고객이 제품 품질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구매 허들을 느낀다.
a. 몸에 쓰는 제품인만큼 품질에 대해서 깐깐한데
b. 온라인 쇼핑 특성상 직접 테스팅이 어렵고
c. 품질에 대해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다고 느낀다(예를 들어 화장품에 특화된 발림성 같은 리뷰 항목이나 제품 성분 같은 제품 상세 정보)
한마디로 요약하면, '구매 의사를 보이는 고객은 꽤 있는데, 탐색과 구매 결정 여정에서 전환율이 낮고 품질에 대한 신뢰가 주요 문제다' 라는 겁니다. 고객에 대한 정성/정량 리서치를 했을 때 뭔가 조각들이 제자리에 맞아들어가는 느낌이 들면, 기대효과 측정 과정에서 예측 모델에 의지치가 반영되는 지표들에 힘이 들어가기 마련입니다. 즉, 사업 목표의 매출이나 순이익 목표치에 달성이 가능해 보이는 기대효과가 산정 됩니다. 이럴 때는 관성적으로 제품 탐색과 구매 결정 과정의 UI/UX 문제를 발굴하고 개선하는 게 독이 됩니다.
- 직접 사용자 인터뷰 모더레이팅 을 하면서 일관성 있는 VOC들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듣고
:모더 레이팅 - 인터뷰 참여자가 조사 목적에 필요한 답변을 편하게 할 수 있게 질문을 제시하고 답변을 이끌어내는 행위 - 유관 퍼널들의 전환율이 고객 VOC를 뒷받쳐주고
- 점점 이렇게 근거가 쌓이고 쌓이면 생각이 확고해지고
- (아님에도) 필수적이고 본질적인 문제라고 자기 최면을 걸게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게 정말 명확한 고객 문제인지 여부와, 필수적이고 본질적인 고객 문제인지 여부를 묻는 건 완전 다른 질문이라는 점을 망각하게 됩니다. 물론 언젠가 해결해야 할 고객 문제겠지만, 야심찬 사업 목표를 달성해줄 가장 시급한 고객 문제는 아님에도 받아들여집니다.
고민될 때 : 고객 문제와 핵심 원인에 집중하세요.
당시 제 머릿속에는 다음 생각이 돌아다녔습니다.
- 정석대로 하자. 고객의 구매 여정을 관찰해서 미충족 니즈의 핵심 문제와 원인을 정의하자.
- 시간 내 확인된 문제 중 가장 큰 것부터 해결하자. 사업이랑 가장 시급한 문제, 원인, 해결 방안을 협의하면서 준비하면 제때 전략이랑 로드맵이 안 나올거 같은데.. 우선 초안은 따로 준비해야겠다.
- 이걸 문제를 푸는 것도 분명히 시간낭비는 아니다. 엇.. 사업은 다른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네... 제품 조직에서 준비한 문제도 명확한 고객 문제인데 이걸로 밀어붙여야겠다.
- 일 크게 만들지 말고 이번 분기는 이렇게 가자. 근데 사업에서 정의한 고객 문제와 핵심 원인이 매우 공감되네.. 제시한 전술에 제품적 개선까지 더해지면 시너지가 엄청날 것 같은데 어쩌지? 우선 이번엔 이렇게 가자.
완벽한 실수였습니다. 저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시려면, 고객이 너무나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풀리지 않아 괴로워하는 필수적이고 본질적인 문제인지 생각하고 판단해야 합니다. 커머스의 본질은 애초에 고객이 원하는 물건이 있어야 하지 않나? 퍼널 전환율의 최적화에서 기대되는 매출증분이 과연 고객이 찾는 물건의 구색을 탄탄히 갖추면 기대되는 매출 증분보다 높나? 이런 본질적인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제대로 된 답변을 할 수 없다면 판단을 내리면 안 됩니다. 그러려면 이게 고객에게 필수적이고 본질적인 문제인지 계속 의심하고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이런 함정들을 피할 수 있고 필수적이고 본질적인 고객 문제를 발굴하고 정의할 수 있게 됩니다.
제 시행 착오는 두번째 단게인 가설 수립에도 이어집니다. 필수적이고 본질적인 고객 문제는 아니지만, 명확한 고객 문제였던 품질 신뢰 이슈에 대해 핵심 원인을 잘못 짚은 사례를 이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PIC 2단계 : 가설 수립
PIC 프레임워크의 두 번째 단계인 가설 수립 단계 에서는 "가장 시급한 고객 문제의 핵심 원인은 이렇다. 이렇게 풀면 해결되고 기대효과가 날 것이다." 라는 말을 확신을 가지고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기 위해서 문제의 핵심 원인을 고민하게 되죠. 문제의 핵심 원인을 제대로 정의해야 문제를 해결할 솔루션 가설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판
저는 이 단계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쿠팡에서 판매하는 화장품을 사려고 할 때 내가 품질에 만족할지 확신이 없는 게 가장 시급한 문제고, 탐색/구매 여정에서 제품에 대한 정보 비대칭이 그 핵심 원인이다."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사용자가 이 제품이 정품인지 의심되고 불안한 게 고객 문제의 핵심 원인 이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쿠팡에서 화장품을 찾는 고객들은 질 좋은 신선식품이나 생필품을 최저가에 편리하게 구매하고 배송받은 경험을 바탕으로, 본인들이 항상 쓰는 화장품인데 다른 구매처에서 사던 것이 쿠팡에는 있는지 궁금해서 찾는 고객들이었습니다. 이런 고객들은 이미 물건 자체에 대해서 정보 비대칭이 낮습니다. 이미 구매해 써봤으니까요. 물론 새로운 제품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성장여지 room for growth가 크다고 할 만큼 해당 고객 세그먼트는 크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왜 고객은 정품인지 확신을 가질 수 없었을까요? 크게 3가지 이유었습니다.
- 쿠팡에서 팔 것 같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쿠팡은 양말이나 휴지 같은 생필품을 주로 팔 것 같고, 그러다 보니 쿠팡 고개들은 MAC 이나 BOBBi BROWN 같은 고가 메이크업 브랜드 제품을 안 팔 것 같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 쿠팡에서 사본 적이 없기 때문에. 쿠팡에서 고가 화장품 브랜드 제품을 사본 경험이 없고 주변에 사봤다는 사람 이야기를 들어본 경우도 흔치 않았다.
- 가품 이슈는 아니지만, 신뢰 이슈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기 때문에. 간혹 맥북을 주문했는데 벽돌이 왔다는 기사도 가끔 보이고, 쿠팡 직매입 로켄 배송 제품은 아니지만 입점 셀러가 가품을 팔았다는 경우를 들어봤다.
즉, 제품 품질에 대한 의심은 이게 정품이냐는 의구심으로 귀결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왜 쿠팡에서 이러한 제품들을 계속 검색하는 걸까요? 쿠팡 가격이 가장 저렴하고 결제 과정도 편하고 배송도 빠르다는 신뢰가 있기 때문입니다. 편하게 결제하고 배송받고 심지어 맘에 안 들면 반품도 간편한 곳이라는 경험과 인상을 가지고 있는 거죠.
함정
이렇게 분명한 실마리가 존재했음에도 저는 왜 핵심 원인을 놓쳤을까요? 제가 경험 했던 함정으로 작용한 요인은 크게 2가지 였습니다.
- 터널 시야 효과로 인해서
a . 정성/정량 고객 리서치가 능숙할수록 결과물에 강하게 의존하고
b. 성공 경험이 쌓이면 고객 VOC와 행동 데이터를 과신하게 되는데
c. 표면적인 VOC에서 머물고 깊이 있는 고객의 생각, 감정, 행동의 원인을 찾는 능력이 부족해 위 두 가지 요인으로 인해 지엽적인 원인을 핵심 원인으로 오판하게 되었다. - 선도사 벤치마크 과신으로
a. 선도사 벤치마크에서 비슷한 원인을 해결하는 기능을 보면 더 믿음이 강해지고
b. 핵심 원인에서 벗어난 원인도 뭔가 근거가 탄탄하고 중요해보이는 착시현상에 빠졌다.
터널 시야 효과
터널 시야 현상은 전투기 조종사가 비행기를 수직 급상승시킬 때 앞면 가운 데를 제외한 주변부가 갑작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전체를 보지 못하고 지엽적인 사항만 볼 때를 가리키죠. 핑계 같지만 사용자 경험 리서치와 벤치마크 스터디를 종합하면 터널 시야 효과로 생긴 오판이 맞는 소리처럼 들립니다. 지엽적인 원인이 핵심 원인처럼 보이는 겁니다. 실제로 쿠팡 고객들은 쿠팡에서 본인에게 '맞는' 화장품인지 아닌지 정보를 얻을 수 없었습니다. 화장품은 제품군별로 다양한 구매 포인트가 있습니다. 립스틱이면 광택이 있는지 없는지, 아이샤도우는 어떤 피부톤에 잘 맞는지, 파운데이션은 발림성이 좋은지 나쁜지처럼요. 예를 들어 선크림에는 크게 2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무기자차와 유기자차. 무기자차는 지속력이 좋은 대신에 잘 씻기지 않고 바르면 허옇게 뜨는 백탁현상이 있습니다. 유기자차는 2시간 내외인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지속 되는 대신에 쉽게 씻겨나가고 백탁현상이 없습니다. 오프라인 구매처에서는 이런 구매 포인트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매장 직원에게 물어보면 그자리에서 답을 주죠. 반면 온라인 쇼핑에서는 확인이 어렵죠. 성분이 적혀있어도 이런 특성까지 잘 설명되어 있지 않습니다. 실제로 "쿠팡 고객들은 쿠팡에서 본인에게 '맞는' 화장품인지 아닌지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라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다음과 같은 정량적 근거가 있었습니다.
- 제품 상세 진입 대비 결제나 장바구니 전환율이 낮으며 장바구니 포기율이 높고
- 리뷰 페이지 진입률은 높은데 탐색 시간이 상대적으로 낮고
- 제품 상세페이지 탐독율은 비슷함
이 제품에 대한 정보 비대칭을 해결하려는 흔적이 타 고객의 리뷰 탐색데이터로 남아 있었습니다. 다른 유사 카테고리 대비 구매 전환율이 낮은 상태였습니다. 이렇게 정량적 근거가 보이면 정량적 데이터의 What과 정성적 데이터의 Why가 퍼즐 조각처럼 딱딱 맞는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제 주변에서 뭐라고 해도 (오해에서 비롯된) 이 핵심 원인을 풀어애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거죠.
선도사 벤치마크 과신
다른 회사의 제품 조직도 열심히 고객 문제를 발굴하고 가설을 세워서 검증하고 있었기에, 예를 들어 화해 같은 화장품 버티컬 카테고리 선도사에서 유사한 문제를 푸는 기능이 주요 기능으로 자리잡았다면, 고객 리서치를 통해 발견된 유사한 원인이 핵심 원인이라는 생각이 더욱 굳건해졌습니다. 즉 탐색/구매 여정에서 제품에 대한 정보 비대칭이 그 핵심 원인이라는 오판이 더욱 굳건해진 겁니다.
화해는 고객 문제의 위 핵심 원인을 극복하기 위해, 사용자가 테스팅을 직접 안 해도 구매하기 전에 필수로 확인하고 싶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프로덕트를 구현했습니다. 제품의 특성에 따른 소구점이나 성분도 잘 설명되어 있고요. 그렇다면 왜 화해 고객에게 필수적이고 본질적인 고객 문제가 쿠팡 고객에게는 부수적이거나 피상적인 문제였을까요? 화해는
- 신생 브랜드 제품이 많다 보니
a. 인지도 높은 브랜드 제품들보다 주변에 쓰는 사람이나 후기가 흔하지 않고
b. 오프라인 판매처에 흔치 않다 보니 새로운 구매를 온라인에서 하게 되어서
c. 구매 포인트에 대해서 다른 고객의 리뷰가 구매 결정에 필수적이었다. - 또한 젊은 여성 고객군이 중심이어서
a. 내추럴 성분이나 자연 친화적인 성분의 제품을 선호하는 고객 비중이 높고
b. 꼼꼼히 구매 결정 전에 따져보는 여성 고객 비중이 높아서
c. 성분을 세세하게 알려주고 풀어서 설명하는 게 필수적이었다.
고민될 때 : 고객 문제와 핵심 원인에 집중하세요
고객 인터뷰와 사용성 테스트 결과, 제품 주요 퍼널 데이터, 벤치마크 스터디 모두 구매 여정의 정보 비대칭이 쿠팡에서 화장품 구매 결정을 망설이는 핵심 원인이라고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왜 정품인지 의심한다는 핵심 원인은 찾지 못했을까요? 고객 VOC의 표면적인 말만 듣고 잠재 핵심 원인들을 정의했고, 이미 마음이 가 있는 원인에 대한 VOC들 위주로 귀를 기울였기 때문입니다. 사실 제품 특성적인 발림이나 성분에 대한 질문 외에도 VOC들이 있었습니다. "이 제품 원산지가 어디에요? 일본에서도 에스티 로더를 만드나요?", "이 앰플 원래 비싼데 가격이 엄청 싸네요! 혹시 유효기간은 얼마나 남은 거에요?" 이런 질문들의 근간에는 어떤 생각이 있을까요? 고객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요? 고객은 화면에서 어떤 행동을 보이고 있을까요?
- 하는 말 : "이 제품 원산지가 어디에요? 일본에서도 에스티 로더를 만드나요?"
생각 : 이거 짝퉁 아니야?
감정 : 불안감
행동 : 해당 제품 브랜드 샵 페이지에 들어가서 다른 제품은 뭐가 있는지 확인 - 하는 말 : "이 앰플 원래 비싼데 가격이 엄청 싸네요 ! 이게 가능해요?"
생각 : 이거 짝퉁 아니야?
감정 : 불안간
행동 : 리뷰를 들어가서 별점 1점짜리 리뷰만 필터함
고객의 생각과 감정은 VOC를 관찰해 얻은 당시 고객의 행동을 제 주관으로 해석한 결과지만, 크게 사실과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고객이 하는 말과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표면적인 말의 근간에 있는 생각과 감정을 깊이 있게 고민했다면, 쿠팡에서 판매하는 화장품 품질에 대한 불신의 핵심 원인이 정품 여부에 대한 의심이라는 걸 발견했을 겁니다.
내가 만족하고 잘 쓰고 있는 화장품을 최대한 싸고 빠르게 내 손에 쥐고자 찾는 곳이 쿠팡 고객의 핵심 니즈라는 본질을 놓쳤을 때, 이미 핵심 원인을 제대로 알아볼 눈이 없었던 겁니다. 그나마 고객은 VOC 를 통해 실마리들을 쥐고 있었지만 이미 터널 시야 효과에 빠지고 벤치마크 사례를 과신하면서 표면적인 내용만 듣고 한귀로 흘려들었죠. 그러므로 해결하려는 고객 문제가 어떤 니즈를 충족하는 데 방해되는지 항시 생각하고, 이 원인이 해결되면 과연 고객 문제가 풀리는지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제 시행착오는 세 번째 단계인 실행에서도 이어집니다. 비록 필수적이고 본질적인 고객 문제는 아니었지만 품질 신뢰 이슈의 핵심 원인인 정품 여부에 대한 의심을 불식시켜 핵심 요건과 가설 수립이 미흡했던 사례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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