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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6 - [Books] - PM 원칙 : 본질적인 문제를 풀어라, 알맞는 방법으로_02
원칙 : "Working backwards from the customer 고객으로부터 항상 시작하기."
아마존의 업무 방식으로 유명한 이 원칙은 최고의 고객 경험을 먼저 정의하고, 최고의 고객 경험 달성이라는 목표를 향해 팀이 함께 달려가는 방법입니다. 단순히 말하자면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고객은 프로덕트 매니저가 내리는 모든 결정의 시작과 끝의 매 순간에 함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고객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고객이 식사를 하고 나가는 순간까지 고객 행동과 감정 하나하나를 살펴보는 식당 주인과 같은 마음으로 프로덕트의 전 과정에서 고객의 경험을 책임지는 사람이야 말로 프로덕트 매니저의 본질이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항상 '제가 맡은 프로덕트 또는 우리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어떻게 고객들의 삶을 더 좋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부터 시작합니다. 이는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동기부여를 찾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쿠팡에 근무할 때 좋았던 점 한 가지는 쿠팡의 주요 타깃 고객 중 하나인 '아기 엄마'가 제 자신이라는 겁니다. 프로덕트 개선에 대해 길을 헤매던 시절 저와 같은 워킹맘 또는 아이를 둔 엄마들의 삶이 지금 내가 진행하는 프로덕트를 통해 얼마나 나아질지 구체적으로 고객의 삶과 연결해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설레고,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상상을 현실로 만들 구체적인 방법이자 프로덕트 매니저의 도구로 저는 '아하 모먼트 Aha moment'를 활용했습니다. '고객의 삶을 우리 프로덕트로 더 나아지게 하자'라는 애매모호한 비전은 PM 자신을 비롯해 메이커들에게도 쉽게 와닿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새로운 프로덕트 또는 도메인을 만날 때마다 우리 회사의 프로덕트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또는 고객이 깨닫고 있는 '아하 모먼트'를 먼저 정의합니다. 그다음으로는 프로덕트 개발에 참여하는 개발자, 디자이너와 같은 메이커, 유관부서와 더불어 리더십 모두 이 '아하 모먼트'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집중할 수 있도록 우리 프로덕트의 '아하 모먼트'를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합니다.
'아하 모먼트'는 고객이 우리 프로덕트를 사용하면서 우리 프로덕트가 정말 도움이 되어, 프로덕트의 가치를 갑자기 느끼는 순간을 말합니다. 그 순간은 물론 고객마다 다를 수도 있고, 주관적인 감정이기 때문에 전환율 같은 객관적 지표로 수치화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아하 모먼트'를 찾고 정의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객의 깨달음의 순간을 결국에 구체적으로 수치화한 '아하 모먼트'는 프로덕트를 만드는 모두가 같은 북극성 지표를 보고 달려갈 수 있도록 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프로덕트의 '아하 모먼트'를 만나기까지의 고객 여정과, 이후의 또 다른 넥스트 '아하 모먼트 어게인'을 만들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달리는 여정이야말로 프로덕트 매니저의 가장 힘들지만 동시에 보람 있는 여정이지 않을까 합니다.
고객으로부터 항상 시작하기
프로덕트 개선 방안 논의 미팅에서 누군가가 정의한 고객 문제, 가설 및 검증 등이 맞지 않거나, 무엇인가 이상할 때 세 가지 질문을 합니다. 이 질문들은 프로덕트에서 무엇인가 놓치고 있다고 생각할 때 제자신에게도 되물어보기도 합니다.
- 우리 고객은 누구인가요? 고객들을 직접 만나 얘기했나요?
- 고객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프로덕트를 사용하고 있나요?
- 고객 행동을 검증할 만한 데이터가 있었나요?
이 세 가지 질문 중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실제 우리가 만들어낸 프로덕트를 사용하는 '고객(또는 사용자)'입니다. 누군가 저에게 "가장 최악의 프로덕트 매니저는 어떤 사람이냐"라고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순간 떠오른 대답은 '고객 만남에 게으른 프로덕트 매니저'였습니다. 때로는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저 자신이 최악의 프로덕트 매니저가 된 적들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바쁘다는 핑계로 고객을 만나지 못하면, 결국은 바쁜 일들이 해결되지 못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됩니다. 왜냐면 고객을 만나지 않고, 스스로 고객 문제를 정의하고, 데이터 검증 없이 해결 방안으로 바로 점프했기 때문입니다. 내 프로덕트를 이용하는 고객에 대해 프로덕트 매니저인 내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고, '나 = 고객'으로 생각하는 우를 범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더 많은 고객을 만나보려고 더 노력합니다. 고객을 만나,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그들의 숨겨진 니즈 또는 불편함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에 'Working Backwards'라는 프로덕트 업무 방식이 있습니다. 제공하고자 하는 최고의 고객 경험을 먼저 정의하고, 최고의 고객 경험 달성이라는 목표를 향해 팀이 함께 달려가는 방식입니다. 이를 위해 아마존의 프로덕트 매니저들은 최초 기획 단계에 먼저 언론보도 자료인 'PR'이라는 문서와 내외부 고객이 자주 묻는 질문을 미리 예상해서 작성한 'FAQ'를 작성합니다. 실제 쿠팡에서 주니어 시절에 함께 일했던 아마존 출신 시니어 프로덕트 리더들은 이와 유사한 문서를 작성해 회의 때 공유하곤 했는데, 당시에 아마존의 업무 방식이 한국에 알려지지 않았던 터라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프로덕트 매니저가 기획 시작점에서 '기술'또는 '회사의 이익' 관점이 아니라, '고객 관점'에서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고자 노력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 회사 이익 관점 : 우리 회사 수익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기술 활용 관점 : 우리가 기술을 가지고 있으니, 이 기술로 고객의 불편함을 해결하자
- 고객 관점 :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과거 쿠팡에서 다양한 도메인의 프로덕트를 담당하면서, 그리고 현재 크몽에서 프로덕트를 리드하면서 저의 가장 중요한 업무 원칙은 '고객으로부터 항상 시작하기'입니다. 이를 위해 프로덕트 개발 과정에서 고객의 목소리와 행동을 바탕으로 프로덕트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3가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1. 프로덕트 개발의 전 과정을 고객과 함께 하기
저는 프로덕트 개발의 전 과정에서 고객을 최대한 많이 만나려고 노력합니다. 전체 과정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세운 가설을 실제 고객 행동과 소리와 데이터로 검증하지 않는다면 고객이 원하지 않는 또는 고객의 불편함을 해결하지 못하는 프로덕트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객과 항상 가까이 있는 CS팀과 함께 고객 컴플레인 콜을 받아보거나, 상담원 옆에 앉아서 양쪽의 보이스를 들어보기도 합니다. 우리 고객은 프로덕트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그리고 최근 론칭한 기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기 위해 유저 인터뷰만큼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최소 1달에 한 번은 고객을 직접 만나고자 매월 첫째 주 금요일 캘린더에 미리 일정을 잡아둡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개발 비용과 일정의 제약으로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MVP가 아니라 반쪽자리 MVP를 론칭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생깁니다. 궁극적으로 프로덕트의 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하나의 목표는 결국 우리가 제공하는 프로덕트가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에서 벗어나게 되는 겁니다. 그러면 안 됩니다. 전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우리 프로덕트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지 말고, 우리 프로덕트로 고객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어봅시다.
2. 데이터로 고객의 이야기를 완성시키기
고객과 직접 나눈 이야기를 데이터로 확인하는 순간이야 말로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가장 큰 희열을 느낍니다. 그런데 희열을 느낄 만큼 고객의 스토리와 데이터가 일치하는 순간을 자주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A/B테스트를 매일 수백 개 이상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한 북킹닷컴은 십중팔구 실험이 (기존 안으로) 롤백된다고 합니다. 그만큼 가설의 실패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가설을 데이터 기반으로 검증하고, 기존 데이터에 없다면 A/B 테스트를 진행해 반드시 검증해야 합니다.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 데이터를 통해 가설을 검증할 수 있는 힌트를 찾으려 노력하다 보면 어떻게든 데이터로 검증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데이터로 검증하려는 노력을 실행함으로써 내 가설에 대해 스스로 5 Why를 실천하면서 프로세스에서 가치를 찾아야 합니다. 그러면 어느 순간 프로덕트 매니저로서의 감이 생기게 되고, 이렇게 생긴 감을 활용한 데이터로 검증하면 성공할 확률도 높아집니다.
3. 고객의 '아하 모먼트'를 찾고 전파하기
마지막 노력은 '아하 모먼트'입니다. '아하 모먼트'는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프로덕트 디자인 및 개발과 관련된 중요한 개념입니다.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고 프로덕트의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 사용되는 '아하 모먼트'는 프로덕트 성공을 좌지우지할 만큼 중요합니다. 이제부터 자세하게 알아보겠습니다.
'아하 모먼트'를 찾아서
자기 전에 누워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다가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무심코 클릭한 광고 랜딩 페이지를 둘러보다가 나도 모르게 갑자기 일어나서 앱을 다운로드해 본 적 있나요? 누워있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게 할 정도로 프로덕트를 사용하는 사용자가 가치를 깨닫고 다시 돌아올 준비를 하는 순간을 '아하 모먼트'라고 합니다. '아하 모먼트'는 말 그대로 사용자가 그동안은 느끼지 못했으나, 어느 날 갑자기 가치를 알게 되어 "아하!"라고 외치는 깨달음의 순간입니다. 토종 한국인으로서 저는 "아하"대신 "아, 어머, 대박"의 순서로 깨달음을 외치는 편입니다. 진심으로 '대박'의 깨달음을 외치게 되는 앱을 발견하면, 앱을 제 핸드폰의 첫 화면으로 이동시킵니다.
아래는 제 핸드폰 첫 화면을 차지하는 글로벌 프로덕트들의 '아하 모먼트'입니다.
- 페이스북 : 가입 후 신규사용자가 10일 이내 최소 7명 이상의 친구 연결하기
- 슬랙 : 워크스페이스의 팀 구성원과 메시지를 2,000개 전송하기
- 넷플릭스 : 회원가입 또는 로그인 후 최소 30초, 최대 90초 내에 시청할 콘텐츠를 찾아 클릭하기
'아하 모먼트'를 정의하지 않는 회사가 더 많지만, 각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 또는 프로덕트의 비전이나 전략에는 각자 추구하는 고유한 '아하 모먼트'가 있습니다. 그리고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우리는 고객이 이 순간을 발견하고, 우리 프로덕트를 다시 찾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즉, 리텐션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첫 번째로 지금 우리 프로덕트의 주기에 맞는 '아하 모먼트'를 고객 인터뷰와 데이터 검증을 통해 정의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는 우리 프로덕트를 만드는 데 참여하는 모든 이해관게자와 메이커들이 이 '아하 모먼트'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간단하게 기억할 수 있는 한 문장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간단하고, 수치화된 목표가 포함된 단 한 문장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간단하고, 수치화된 목표가 포함된 단 한 문장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하 모먼트'를 정의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합니다. 특히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서 방향을 잃기 쉬운데, 이때 '아하 모먼트'의 정의는 조직 전체가 고객을 해당지점으로 이끄는 북극성 역할을 하게 도와줍니다.
저는 페이스북의 비활성 사용자가 된 지 몇 년이 됐고, 메타의 인스타그램이 첫 화면에 위치하고 있지만, 페이스북은 '아하 모먼트'를 조직적으로 잘 활용한 사례로 잘 알려진 기업이기 때문에 위의 예시로 넣어보았습니다.
페이스북 그로스팀의 리더였던 차마스 팔리하피티야는 페이스북의 성장 비결로 팀원들이 모두 "7 Friends in 10 days"라는 '아하 모먼트'의 목표에 집중한 것을 손꼽기도 했습니다. 그는 매일매일 모든 회의에서 이 문장을 매일 외칠 정도였다고 합니다. 제가 몸담았던 쿠팡 또한 이커머스의 쇼핑 경험 과정에서 '아하 모먼트'를 고객이 물건을 주문한 시점부터 실제 물건을 배송받기까지의 '배송 리드 타임'으로 정의했고, 고객의 주문 다음날 바로 도착하는 로켓배송을 도입해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특히, 쿠팡은 막연하게 배송 리드 타임이라고 지표를 설정하기보다는, 고객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PDD라는 '아하 모먼트' 지표를 정의했습니다. 그리고"PDD=100%"라는 정말 단순하지만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모든 조직에 전파했습니다. 그 결과 프로덕트 매니저, 개발자, 디자이너를 비롯한 메이커뿐만 아니라, 실제 물류에서 물류 운영을 담당하는 운영 담당자, 고객과 배송 접점에서 라스트 마일 배송 경험을 책임지는 쿠팡맨까지 이 북극성 지표에 집중하도록 했습니다.
* ( PDD = Prfomised Delivery Date. 쿠팡이 고객에게 약속한 배송 완료 날짜 )
만약 고객에게 쿠팡이 약속한 배송일자를 지키지 못할 때에는 해당 주문에 관여된 모든 담당자에게 이메일이 매일 발송되고, PDD=100%의 적신호를 울리기도 했습니다. 이 '아하 모먼트'의 특징은 우리가 '고객'에게 약속한 날짜이기 때문에, 그 날짜의 중요함을 고객과 연계해 강조한 겁니다. '고객에게 약속한 것을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문장을 간단한 수치인 "100% 로 설정함으로써 고객 중심의 '아하 모먼트'를 전사적으로 100% 이상 발휘한 사례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PDD=100%"를 성취해 나가는 과정에서, 모든 팀원들이 100%를 달성하는지에 대한 현황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및 리마인드함으로써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하 모먼트'와 '리텐션'
사용자가 '아하 모먼트'를 경험하면 재방문하게 되는 유지율, 즉 리텐션이 높아질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아하 모먼트를 경험한 유저는 반드시 활성화 유저가 되나요?"라는 의문이 생길 겁니다. 예외는 존재할 수 있습니다. '아하 모먼트'는 전환율, 유지율 등과 같은 객관적인 고객 행동을 기반으로 만든 프로덕트 지표와 달리 고객이 느끼는 감정적인 부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너쉽을 가지고 있는 프로덕트의 '아하 모먼트'에 대해 알게 된다면, 이를 활성화 지표의 기본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슬랙은 한 워크스페이스에서 2천 개 개 이상의 메시지를 보낸 구성원 중 93%가 슬랙의 활성화 유저로 남게 된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활성화 지표를 '2천 개의 메시지 전송'이라는 '아하 모먼트'와 결합한 겁니다. 반면에 페이스북은 10일 이내 친구 7명을 연결하기가 '아하 모먼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10일', '7명', '2,000개'라는 수 자체가 아니라, '아하 모먼트'라는 긍정적인 감정의 경험을 가진 유저들이 활성화 유저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아하 모먼트'는 고객 관점에서 고객이 이용한 프로덕트의 가치를 발견하는 순간이며, '활성화'는 회사의 관점에서 사용자 가치를 판별하는 데 사용됩니다. 그리고 이 활성화 지표는 '아하 모먼트'를 만났을 때야 말로 우리 프로덕트를 사용하는 고객의 경험까지 반영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단순히 활성화 고객을 30%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명령의 지표가 아니라, 고객이 '아하 모먼트'라는 최고의 경험을 가지게 된다면, 결국 고객들은 우리 프로덕트에 다시 돌아오게 될 것이라는 희망의 지표니까요.
저는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고객 인터뷰를 할 때 우리 앱이 고객의 데스크톱 환경 또는 스마트폰의 첫 화면 어디에 있는지를 먼저 호가인합니다. 이것만으로도 해당 고객이 우리 프로덕트에서 '아하 모먼트'를 경험했는지, 아닌지를 대략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데이터를 통해 이미 충성 또는 이탈 고객에 대한 검증을 마친 후 고객 인터뷰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 번 더 검증을 하는 겁니다. 충성고객이라면 의심할 여지없이 첫 화면과 같이 바로 보이는 위치에 앱이 있습니다. 반면 신규 고객 또는 이탈된 고객은 그렇지 못합니다. 유튜브, 인스타 등의 광고 채널을 통해 특정 모바일 웹사이트에 랜딩 한 이용자가 해당 사이트에 대해 계속 탐색을 이어나 갈지 아니면 바로 떠날지를 결정하는 데 3초도 안 걸린다고 합니다. '광고 랜딩 페이지를 마케팅, 디자인팀과 내가 얼마나 열심히 글자 하나한, 이미지 하나하나 고민해서 만들었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굉장히 슬픕니다.
우리 플랫폼에 방문한 모든 고객이 '아하 모먼트'를 경험하고 계속 프로덕트를 이용하는 충성고객이 된다면 좋겠지만, 현실을 더 냉혹합니다. 일반적으로 모바일 앱 사용자의 77%는 며칠 이내에 다운로드했던 앱을 다시 방문하지 않거나, 해당 앱을 삭제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 앱은 처음 며칠 동안 신규사용자의 77%를 잃으며, 심지어 이 수치는 30일 이내에 90%로 증가한다고 합니다. 물론 실제로 어떤 산업, 어떤 유형의 앱이냐에 따라 리텐션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요. 소셜미디어나, 게임 앱과 같은 일부 앱은 유지율이 30% 이상인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 리텐션 수치들은 고객이 '아하 모먼트'를 경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특히 SaaS 또는 B2B프로덕트는 더 어렵습니다. 플랫폼이 더 복잡하고 추가 온보딩 교육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더 복잡하고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입니다. 사용자가 프로덕트와 처음으로 상호작용을 하는 온보딩 단계에 '아하 모먼트'가 발생하면 가장 좋습니다. 물론 온보딩 과정 외에 고객이 프로덕트를 통해 경험하는 다양한 여정 단계에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아하 모먼트'는 고객이 주관적인 감정을 느끼는 순간이기 때문에 데이터마으로 확실하게 찾아내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찾아야 합니다. 저는 새로운 프로덕트나 비즈니스 도메인을 담당하게 되었을 때 3가지 방법을 통해 '아하 모먼트'를 찾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찾은 '아하 모먼트'를 프로덕트를 만드는 메이커와 이해관계자에게 고객관점으로 전파하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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