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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1 - [Books] - 프로덕트 매니저 원칙 :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악마도 천사처럼 웃는다(2/2)

 

프로덕트 매니저 원칙 :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악마도 천사처럼 웃는다(2/2)

2024.08.10 - [Books] - 프로덕트 매니저 원칙 :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악마도 천사처럼 웃는다. 프로덕트 매니저 원칙 :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악마도 천사처럼 웃는다.2024.08.08 - [Books] - 프로덕트 매

rudolpia.tistory.com

 

문제에 직면했을 때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왜 안 되는 것인가'에 대한 이유를 찾는 겁니다. 안 되는 이유를 알아야 올바른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문제 해결은 거기서부터 시작합니다. 

 

원칙 : "안 되는 원인을 먼저 확인하라." 

 

감과 직관이 아니라 현장과 데이터로

"역시 현장이지 말입니다." -드라마 미생 中

 

제가 서비스를 만들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현장체험입니다. 면세점 홈페이지를 만들 때는 면세점에 가보고 채용 플랫폼을 기획할 때는 채용 박람회에 가봅니다. 소비자 눈높이에서 서비스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은 현장뿐입니다. 책상머리에 앉아서 탁상공론만 해서는 전혀 알 수 없는 생생한 목소리가 현장에는 있습니다. 현장 확인은 기본 중에 기본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이 기본을 지키지 않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보다는 자신의 경험과 지식, 때로는 감으로 서비스를 설계하는 거죠. 

 

자신의 경험과 서비슬르 설계할 때 어떤 문제점이 일어날 수 있는지 예를 한번 살펴볼까요? 몇 년 전 면세점의 멤버십 앱을 만들 때일입니다. 앱 다운 및 회원가입 시 공항 면세점 안내부스에서 신라면 소컵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는데요. 원래는 종이 쿠폰을 발급하고 이걸 부스로 가져가면 신라면 소컵을 교환하는 안이었는데 이걸 앱에 쿠폰으로 만들면 모객 효과도 뛰어나고 관리 리소스도 줄일 수 있으니 앱에 쿠폰 발급 및 관리 기능을 개발해 달라는 게 마케팅 담당자의 요청사항이었습니다. 처음 이 요구사항을 들었을 때 반신반의했습니다. 

 

'엥? 출국할 때 바빠죽겠는데 해외 여행씩이나 갈 만큼 돈 많은 사람이 천 원짜리 컵라면 하나 받겠다고 앱을 다운로드하고 부스까지 찾아와서 신라면을 받아가는 귀찮은 짓을 한다고?' 

 

처음에는 담당자가 자기 업무를 줄이고 싶은 욕심에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붙여가며 기능 개발을 요구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쿠폰 기능은 개발 리소스가 많이 들어가는 일이고 신라면 증정 이벤트가 아니라면 쿠폰기능을 만들 필요가 없었기에 이 기능을 개발 업무 범위에 포함시켜야 될지 여부를 놓고 고민했습니다. 제 상식과 경험으로는 말도 안 되는 일인데 마음 한구석에 찜찜함이 남아 있었거든요. '에이 그래 혹시 모르니까 사람들이 진짜 신라면 쿠폰을 들고 와서 신라면을 받아가는지 한 번 보고 오자' 결국 시장 조사를 명분 삼아 비행기 티켓을 끊고 공항 면세점으로 가서 사람들이 얼마나 신라면을 받아 가는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공항 면세점 인포메이션 부스 앞에 쪼그려 앉아서 관찰하길 한 시간여.. 관찰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와 생각보다 신라면을 엄청 많이 받아가잖아!' 

 

 AM6시부터 7시까지 한 시간 동안 쿠폰을 내고 컵라면을 받아 간 사람은 총 17명 수치상으로 3.5분에 한 명꼴로 받아간 건데요. 마케팅 담당자의 말처럼 컵라면의 모객 효과는 굉장했습니다. 그 면세점은 공항의 가장 후미진 구석에 있었는데 사람들이 컵라면을 받기 위해 일부러 그곳에 방문하면서 겸사겸사 면세점 물건을 구경하고 구입까지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제 생각과 실제 현장의 목소리가 달랐던 이유는 제 해외여행 패턴이 늘 일정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해외여행을 갈 때마다 금요일에 월차를 내고 주말을 껴서 2박 3일로 일본에 다녀왔습니다. 기간이 짧으니 조금이라도 더 여행을 즐길 욕심에 항상 오전 이른 시간대 티켓을 끊었고 포켓와이파이를 대여하고 인터넷 면세점에서 주문한 면세품을 찾느라 출국은 늘 정신없고 바빴습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다 저처럼 바쁠 테니 신라면 하나를 받으려고 거기까지 갈 여유는 없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다른 사람들의 출국은 저처럼 바쁘지 않았습니다. 유럽이나 미국 등지로 떠나는 분들은 현지에서 유심을 구입하므로 포켓 와이파이가 필요 없고 인터넷 면세점도 사용하는 사람들만 주로 사용할 뿐 안 쓰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커피 한 잔 마실 여유도 없는 바쁜 저의 출국길에 비해 다른 사람들의 출국길은 생각보다 훨씬 여유로웠죠. 그러니 '바쁜 시간을 쪼개서 신라면을 받으러 갈까?'라는 저의 입장과 달리 '시간도 있으니 이거나 한번 받으러 가볼까?'라는 입장에 서게 되는 겁니다.

한 가지 더 제가 간과했던 것은 음식에 대한 적응이었습니다. 저는 근거리에 기간이 짧은 여행지만 다녔고 일주일 이상 장거리 여행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문화도 비슷하고 기간도 짧으니 음식 때문에 고생할 일이 없었죠. 그런데 여행 기간이 길고 우리나라와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는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고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경험이 있는 여행객은 김치와 신라면, 튜브 고추장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죠. '멀리 2주 동안 여행을 떠나는데 깜빡하고 신라면을 안 챙겨왔다. 그런데 저기 면세점에서 신라면을 공짜로 준다더라.' 음식에 민감한 여행객이라면 그곳을 방문할 만한 충분한 동기부여가 됩니다. 그리고 제가 간과한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공짜를 좋아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요. 

 

현장을 보지 못했다면 저의 편협한 생각과 경험으로 쿠폰 기능을 개발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저의 판단 미스 때문에 신라면을 받으려고 앱을 다운로드하는 77%의 사용자를 잃을 뻔했죠. 이것이 기획자가 절대 자신의 감과 경험만으로 서비스를 만들면 안 되는 이유 입니다. 

 

정말 해야 할까요? 

많은 사람이 '좋은 서비스를 만들면 사람들이 찾아와주겠지?'. '사람들은 이런 서비스를 필요로 할 거야'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과 믿음으로 창업을 하고 실패합니다. 성공의 이유는 각자 다르지만 실패의 이유는 같습니다. 업에 대한 이해 부족, 시장성에 대한 오판. 스타트업은 작고 뾰족합니다. 돈을 많이 벌 수 있고 시장 규모도 큰 블루오션은 대기업이 이미 진출해 있거나 호시탐탐 진출을 노리는 경쟁자가 많습니다. 결국 스타트업이 노릴 수 있는 시장은 시장성이 입증되지 않았거나 니치마켓인 경우가 대부분이죠. 이런 니치마켓들은 업의 본질,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기가 막힌 창업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해봅시다. 반대로 생각하면 어떨까요? 

"나만 이런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생각한 걸까?" 

"다른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걸까?" 

 

많은 사람이 시장성에 대해 오판하거나 시장 규모에 비해 너무 큰 이상을 꿈꿉니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피보팅 해 서비스를 확장해 종국에는 슈퍼앱이 된다' 말은 그럴싸하지만 실제로 이런 테크트리에 성공한 서비스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몇몇 성공 사례 이면에는 무수한 실패 사례가 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죠. 

서비스나 기능을 만들 때 '이런 서비스를 만들면 사람들이 좋아할 거야' 라는 결과가 아니라 '왜 아무도 이런 서비스를 만들지 않는 거지?'라는 원인을 먼저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남들이 하지 않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만들어야 한다면 도전할 가치가 있는 일이라면 저는 그때 이렇게 말할 겁니다. 

 

"까짓 껏 한 번 해보죠." 

 

많은 사람이 안 되는 걸 되게 하는 것이 기획이라고 말합니다. 틀에 박힌 고정관념을 버릴 때 비로소 혁신이 탄생한다고 말이죠. 안 되는 걸 안된다고 하는 사람은 시대에 뒤떨어진 구시대의 유물쯤으로 취급하면서요 그런데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게 단단하지 않습니다.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사람들의 생각은 비슷합니다. 내가 혁신이라고 생각한 대부분은 이미 다른 사람들도 생각해 본 적이 있는 겁니다. 지금까지 만들지 못했거나 바뀌지 못했다면 분명 현실적인 장벽이나 구조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았을 가능성이 높죠. 

 

기획자나 전략을 다루는 사람은 단순히 사용자 편의성만 고민해야 되는 게 아니라 시장환경, 우리 회사나 브랜드의 위치, 개발적인 특성,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전략을 세우고 UI를 설계해야 합니다. 그런데 많은 기획자가 혁신이라는 미명하에 혹은 혁신에 눈이 멀어 실현 불가능한, 보기에만 그럴듯한 기획안을 선보이곤 하죠. 

 

제가 프로젝트를 할 때 항상 되뇌이는 말이 있습니다. 

"꿈은 머리 위에, 발은 현실에 이상을 좇되 현실에 발을 딛고 " 

 

 원칙 준수에 도움이 되는 정보 

 

 

UX 원칙

: 왜 안되는지를 이해하려면 UI와 UX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필요합니다. 이 책은 서비스 설계 시 기능의 활용 예제와 주의점에 대해 잘 설명되어 있어 UX지식을 습득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오늘도 개발자가 안 된다고 말했다

: 많은 기능이 기술적인 이슈로 구현이 어렵거나 개발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개발에 필요한 기본적인 도메인 지식을 이해하고 있어야 왜 안 되는지 이유를 명확히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개발자와 소통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도메인 지식을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