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노동 :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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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노동의 정의들
가짜 노동은 의미가 없고, 가치 있는 결실을 맺지 못하며, 실제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텅 빈 노동'은 가짜 노동이고, '빈둥거리기'는 의도적인 가짜 노동이다. '가짜 노동'이 반드시 고의적인 노동 회피나 절대적인 내용 없음을 나타내는 건 아니다. 단지 궁극적으로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허위인 노동, 허위로 할일을 만들어내는 행동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본다. 가짜 노동이 없어져도 세상은 아무 문제 없이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가짜 노동은 그냥 텅 빈 노동이 아니다. 바쁜 척하는 헛짓거리 노동, 노동과 유사한(하지만 노동은 아닌)활동, 무의미한 업무다. 즉, 아무 결과도 내지 못하는 작업이거나 마찬가지로 거의 결실을 보지 못하는 뭔가 다른 것이 계획 제시 착수 실행되기 위해 사전에 이뤄져야 하는 노동을 지칭하기도 한다. 또한 뭔가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지길 바랐지만 그렇지 못한 노동도 지칭한다.
예를 들어 모두가 시간 낭비라는 걸 아는 큰 프로젝트를 상대적으로 어린 직원에게 그저 뭔가 할 일을 주기 위해 맡긴다면, 이것이 가짜 노동이다. 이미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 듣는 회의도 가짜 노동이다. 프로젝터가 꺼지자마자 잊어버릴 프레젠테이션, 일이 잘못되는 걸 막지 못하는 감시나 관리도 가짜 노동이다. 또한 할 일이 없다는 걸 가리거나, '나는 일하는 사람' 이라는 기분을 지키고 자존감을 유지하기 위해 서류 정리를 전부 다시 한다는지 하는 일도 가짜 노동이다.
홍보업계에서는 늘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경영업계에서는 상품과 서비스를 잘 파는 게 합리적으로 보인다. 공통적으로는 오해가 생기면 더 많은 소통을 제안하고 이메일에서 더 많은 사람을 참조로 넣는 게 합리적이다. 실수가 발생하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공표하고, 더 광범위하고 훨씬 면밀한 검증 과정을 도입하는 게 합리적으로 보인다. 또한 우리와 비교 대상인 다른 업체에서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우리도 그래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게 합리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궁극적인 목적을 진전시키지 못한다는 의미에서 이성적이지 못한다면? 시도는 합리적이었으나 결국 핵심 상품, 서비스 제공에 방해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넓게 보든 좁게 보든, 시스템 내에서 성공하는 것이 합리적인 일이다. 합리성은 성공으로 가는 최고의 기회를 누가 가질것인가를 결정하는 규칙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웬만하면 그 규칙에 따라 행동할 뿐 아니라, 그렇게 함으로써 그 규칙의 근거가 된 합리성을 강화한다. 그래서 어떤 제안이 합리적이라는 단순한 사실만으로 그것이 이성적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동기란 인간의 모든 행동 뒤의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 원인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좋은 직장에 다니면서 진취적으로 보이고, 인정받고, 승진하고, 지루한 업무를 피하면서도 또 너무 많이 일하지 않기를 바란다. 비론 자신의 직업, 집, 자가용을 지키기 위해서 일할 뿐이라고 해도 일터에서 있으나 마나 한 존재로 여겨지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조직에서 가르쳐 준 일의 올바른 방식, 합리성을 고수하는 등의 규칙에 따라 게임하며 첫 출근 날 부터 받은 테크닉과 테크놀러지를 사용한다 그러나 이 체계는 뭔가 잘못되었다. 혹은 적어도 더 이상, 의도대로 잘 작동하고 있지 않다. 사람들이 더 나빠졌기 때문이 아니다. 그 보다는 노동시장 내 합리성과 기술이 서로 상호작용을 한 결과다. 다시 말해서 더 많은 합리성, 더 많은 테크닉과 테크놀러지의 출현은 늘 더 많은 '노동'을 창출한다.
자꾸 늘어나는 관리직, 자를 때는 생산직 먼저
파킨슨의 법칙은 우리가 노동시간을 줄이지 못한 가장 중요한 이유가 돼준다. 점점 더 많은 일이 무대 뒤로 이동함에 따라 일거리를 늘려 시간을 채우기가 더 쉬워졌다. 목재소에서는 누군가 일의 속도를 늦추면 모두가 알 수 있다. 그러나 사무실에서는 누가 얼마나 빨리 일하고 있는지, 정말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마우스 딸깍임과 키보드 두드림만으로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결과적으로 파킨슨의 법칙은 무대 뒤에서 더 잘 작동한다.
파킨슨의 법칙의 전제 조건은, 업무의 양이 증가하지 않음에도 계속 늘어나는 사무직 일자리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기업 경영자, 특히 민간 부문에서는 파킨슨의 법칙의 작동을 무조건 부정할 것이다. 대부분의 조직은 자신들의 합리적이고 능률적인 사업 방식을 너무 확신한 나머지, 오직 다른 회사만이 노동시간과 관리직의 양을 증가시키는 이런 어리석은 법칙의 희생양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자신의 합리적 행동의 비합리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무능력 혹은 회사의 방식 뒤에 깔린 단기적이고 사적인 동기가, 파킨슨의 법칙에 대한 또 다른 흥미롭고 더 집중적인 연구로 밝혀졌다.
적은 것에 만족하는 기술
먼저 작은 성과에 만족하려 노력하자. 물론 문제가 생기면 해결해야겠지만, 이때 제안된 해결책이 오히려 해가 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만일 제시된 해결책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확신을 서지 않는다면 당장 멈추자. 문제에 해결책을 바로 들이밀기보다는 의심을 먼저 해보자. 그것이 더 많은 문제를 낳지 않는 가장 분별 있는 접근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