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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누군가가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다른 사람들을 변화시키려고 든다면, 그 당사자부터 의심해 봐야 한다.
그러한 사고방식에는 저항하기 힘든 유혹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단지 사회주의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이념 자체의 문제였다. 이념의 틀로 보면, 사람은 제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나뉜다.
행동에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가치 판단이 전제되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행동해야 하며, 행동은 우리가 무수한 대안들 가운데 어느 한 가지를 선호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행동은 곧 가치 판단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충분치 않은 정보를 바탕으로
어려운 판단을 내려야만 한다.
이상적 미래상을 그리려면 비교와 대조 대상으로서 현 상태를 진단해야 한다.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가 추구해야 할 미래의 가치는 지금 떠나려는
장소의 가치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현실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즉 어디로 갈 것인가?"
라는 질문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하위 질문이 포함된다.
- 현실은 어떠한가 ? : 우리가 경험하는 현 상태에는 어떤 특성이 있는가?
- 현실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 :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바람직하고 가치 있는 목표는 무엇인가?
-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 : 현 상태를 이상적인 상태로 바꾸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가?
현재 상태를 진단하고 그것을 기초로 행동의 목표를 명확히 세우면 현재 행동의 결과를 평가하는 확실한 기준이 생긴다.
이때 목표는 머릿속에 떠올린 가상의 상태이며, 바람직한 동기나 정서가 존재하는 '장소' 이다. 따라서
목표를 수립한다는 것은 곧 여러 동기 및 정서 상태의 이상적 위계에 대한, 다시 말해 무엇이 선인가에 대한 이론을
수립한다는 말이다. 목표는 현재 동원할 수 있는 온갖 지식을 고려하여 세운 완벽한 미래상으로, 계속해서 세부적,
전반적으로 현재 경험 과 비교된다.
"현실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답하려면 이상적 미래상을 그려야 한다. 이상적 미래상은
현 상태에 대한 해석에 바탕을 둔다. 그리고 "현실은 어떠한가?" 라는 질문에 답하려면, 현 상태가 정서적으로
수용할 만한가를 판단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에 대해 답하려면, 현실을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로 바꾸기 위해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전략이 무엇인지가 결정되어야 한다.
우리 모두는 현실과 이상을 비롯해 현실을 이상으로 바꾸기 위해 해야 할 행동에 대한 모형을 만든다.
그리고 행동의 결과가 기대와 다르면 행동을 수정한다. 하지만 단순히 행동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우리는 행동만이 아니라 생각도 바꿔야 한다. 현 상태의 의미를 재평가하고 이상적 미래상을 재구성해야 한다.
이것은 획기적이고 혁명적이라고 할 만한 변화이고, 그 변화가 실현되는 과정은 굉장히 복잡하다.
인생길에서 우리는 수많은 걸림돌을 만난다. 불행히도 재앙 역시, 그것이 우리가 초래한 것이든 아니든 곧잘 일어난다.
걸림돌에 적응하듯 우리는 재앙 역시 우리가 처한 환경의 변치 않는 특성으로 받아들이고 적응해 왔다.
인생의 걸림돌을 제거해 나가듯이 우리는 재앙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는 더 큰 대가가 따른다.
우리는 재앙에 적응하고 그것을 해결할 능력이 있기에, 재앙을 이겨 내고 새로운 활력을 얻게 될 수도,
혹은 완전히 파괴당할 수도 있다.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은 자신의 행동 및 경험 세계의 해석 도식을 조정하고 세계를 현재 상태에서
자기가 원하는 상태로 바꿔 나가는 첫 번째 단계이다.
우리는 지금 A 지점에 있다는 전제하에 B 지점으로 갈 수 있다. 지금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하면 어디로 가야 할지
계획할 수 없기 때문이다. B 지점이 최종 목표라는 사실은 B 지점의 가치가 A 지점의 가치보다 높다는 뜻이다.
B 지점은 현재 위치와 비교했을 때 더이상적인 지점이다. B 지점이 현재보다 더 낫다는 인식 때문에
지도에는 정서적 가치, 곧 의미가 부여된다. B지점과 같은 가상의 목표를 만들고 그것을 현재와 비교하는
능력 덕분에 인간은 인지 체계를 활용하여 정서 반응을 조절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우리는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하면 상처를 받는다. 이 괴로움은 우리가 머리로 이해한 세계의 구조가
예상과 달리 갑작스럽게 바뀔 때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특출난 성과를 거둬서 승진을 기대했던
사람은 자기보다 자격이 없다고 여긴 사람이 먼저 승진할 때 상처를 받는다("사람은 자기 미덕으로 인해 가장 큰
처벌을 받는다.") 기대가 처참히 무너져 상처받은 사람은 이후 의욕이 줄고 분노와 원망을 품게 될 공산이 크다.
반대로 숙제를 다못 한 학생은 자기 차례가 오기 전에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리면 무척 기뻐한다.
이 종소리는 예상했던 처벌의 부재를 의미하며, 따라서 안도감이나 행복감과 같은 긍정적인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목표의 심상, 즉 머릿속으로 기대하는 미래상이 현재 사건의 정서가를 결정하는 틀이 된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지식을 바탕으로 현재 사건의 정서적 균형이 최적화되는 가상의 상태를 구축한다.
그것은 장기적 ' 단기적으로 충분한 만족과 최소한의 처벌, 감당할 만한 위협과 풍부한 희망이 모두 함께
적절한 균형을 이룬 이상적 상태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보아 완벽한 미래를 암시하는 일종의 승진 패턴이 되기도
하고, 기업의 최고경영자나 하버드 대학 종신교수와 같은 세속적인 목표가 되기도 한다. 불필요한 것은 소유하지 않는
무소유의 삶이 될 수도 있다. 여기서 핵심은 이상적 미래상이 현재 활동의 목표 지점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현재 사건의 정서가는 우리의 행동 목표에 따라 달라진다. 행동 목표는 일화적 심상으로 그려진다. 우리는 현실과
이상을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정서 판단을 내리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 사소하지만 희망적이고 만족스러운 사건은
현재 상황이 순조로우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이다.희망적이거나 만족스러운 주요 사건들은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전반적으로 옳다는 것을 입증하며, 그럴 때 우리는 기존의 목표를 유지하고 그에 따라
정서를 조절하게 된다.
반면 흔히 트라우마로 불리는 중대한 위협이나 처벌 경험은 질적으로 다르다. 트라우마를 겪으면 현재 상태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있는지, 목표가 적절한지에 대한 믿음이 흔들린다.
우리는 주어진 정보를 총동원해서 머릿속에 이상적 미래상을 구축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계획한다. 자신이 해석한
현실이 현재라는 시간 속에 펼쳐질 때, 우리는 그 현실을 단순히 예상되는 미래와 비교 하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
그렸던 이상적 미래상과 비교한다. 즉 현실을 누리고 싶은 미래와 비교하지 냉철하게 예상한 미래와 비교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는 과정에는 동기가 관여한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끊임없이 정서 상태를 최적화하려고 애쓰면서 자신이 '갈망하는' 목표를 쫓는다.
행동에 동기를 부여하는 의미의 지도는 구조가 명확하다. 그것은 '현재' 와 '미래'라는 두 개의 본질적이며 상호 의존적인
기둥으로 이루어진다. 현재는 지금 눈앞에 펼쳐지는 상황에 대한 감각적 경험이자 이해한 현실로, 우리는 갖고 있는
지식과 욕구에 따라 현재 상태에 정서가를 부여한다. 미래는 우리가 떠올린 완벽한 상으로, 우리는 현재를 미래와
견주어 보고 미래의 정서가를 결정한다. 이 두가지가 일치하지 않을 때, 즉 결과가 예상치 못한 것일 때 그 불일치는
주의를 사로잡고 두려움과 희망을 관장하는 정서 체계를 활성화 시킨다.
우리는 그 일을 계기로 예전에는 고려하지 못한 가능성을 생각하고 행동을 바꾸거나 표상 체계를 바꿈으로써
그 상황을 예측 가능한 영역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또 현재와 미래를 잇는 길을 상상한다.
그 길은 우리가 바라는 변화를 이루어 내는 데 필요한 행동들, 다시 말해서 (영원토록),
불충분할 현재들(계속 손에 잡히지 않는) 완벽한 미래로 바꾸는 데 필요한 행동들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목표 달성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필요에 따라 자신의 행동, 즉 수단을 바꾼다. 경기를 하는 도중에
전략을 바꿀지언정 규칙은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때 현재에서 미래로 가는 길은 곧은길이다.
사물은 우리가 품은 목표와 어떤 관련이 있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엄청나게 달라진다. 목표가 변하면 그 목표에
수반된 기대와 소망이 바뀌고, 의미도 변한다. 우리는 사물의 가치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사물을 개인 고유의 방식으로 경험한다.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목표와 기대하고 바라는 결과가
경험의 의미를 결정한다.
우리에게 만족감을 주는 것들은 대개 소모되어 없어진다. 예를 들어 음식은 배고픈 사람에게 성취 보상이 된다.
다시 말해서 성취 보상은 특정 상황에서 만족감을 준다. 이와 유사하게 물은 목마른 사람에게 만족감을 준다.
욕정에 사로잡힌 사람에게는 성행위가, 집 없는 사람에게는 온기가 보상이 된다. 앞서 예로 든 것보다
더 복잡한 자극도 만족감을 줄 수 있다. 모든 것은 당사자가 지금 무엇을 바라는지 그리고 그 바람이 어떻게
사그라지느지에 달려 있다.
우리는 꿈꾸는 완벽한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 계획을 세운다. 그 계획은 '오류가 발생하기 전까지' 우리의 행동을
이끈다. 그러다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면 계획 자체와 계획의 바탕이 된 전제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이런 계획과 전제를 갱신하거나 폐기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일이 계획에 따라 진행된다면
우리는 익숙한 장소에 머문다. 하지만 오류가 일어나면 '미지의 영역 으로 들어간다.'
어디까지가 기지의 영역이고 어디부터가 미지의 영역인지는 늘 상대적이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란 것은 전적으로
무엇을 예상하고 바랐는가에 따라, 무엇을 계획하고 전제로 삼았느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알고 있지
않는 이상, 실제로 무슨일이 일어날지나 무엇이 최선일지에 대해 완벽한 모형을 만들기란 불가능하다.
따라서 예기지 못한 일은 늘 일어날 수밖에 없다.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정확하게
예측할 수가 없다. 견디기 어려운 현재와 이상적인 미래의 표상에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재를 미래로
바꾸기 위한 수단의 표상과 실행 과정에도 오류가 생긴다.
인간이 오류를 저지를 가능성은 무한하다. 때문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예상치 못한 상황을 경험할 수 밖에 없다.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갈 가능성을 안고 살아가는 것은 사람이 죽음을 맞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다 .
따라서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존재를 드러내는 미지의 영역은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처한 환경의
항구적 특성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사회적, 생물학적 배경에 상관없이 어느 시대, 어느 문화에나
미지의 영역이 '존재' 한다는 사실에 적응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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